사랑이란 일상 - 한겨례21

2016-08-23

네이버 그라폴리오 ‘Love is …’ 연재 묶은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2>

그림책은 늘 좋다. 그림 하나가 거대한 이야기 하나를 설명해줄 때가 있다. 눈길 한번 주는 것으로 따스한 느낌, 솜털 같은 포근함, 달콤쌉싸름한 향기, 깊은 상처, 상처보다 더한 사랑,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 같은 것을 모두 이해할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글이라면, 주저리주저리 떠들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살다보면 인생이 괜히 더 팍팍하고, 짜증스러울 경우가 있는 법이다. ‘당’이 떨어졌을 시기일 가능성이 높다. 달달한 게 필요한 때다. 이 그림책(<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 2>, 예담 펴냄)을 권한다. 한때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 법한, 두 남녀의 소소한 일상 속 사랑 얘기가 담겼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아늑한 침대에서 둘이 잠들었다. 고양이 한 마리와 부엉이 인형이 옆에 나란히 누웠다. 머리맡에는 그와 그녀가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이렇게 껴안고 하루 종일 자요.”(자요) 한 문장짜리 이야기 하나마다 예쁜 그림 하나가 달렸다. “깨우러 왔다가 팔 베고 자요.”(팔베개) “의자에 기대어 함께 영화를 봤어요.”(작은 영화관) 같은 그림들도 달콤함을 자아낸다.

독자가 닭살 돋운 채, 훔쳐볼 만한 것도 많다. “이렇게 뽀뽀해주는 거 그려주세요.”(예쁘게 그려주세요) 그리고, 남자는 어느새 잠든 여자의 모습을 따듯한 눈매로 쳐다본다. “그새 또 잠들었어요. 자는 모습도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자는 모습을 지켜봐요)

사랑하는 이들이 ‘깊은 신뢰’를 나누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한다. “소파 위에 앉아 서로를 바라봐요. 그냥요. 조용히 한참을 바라봐요.”(소파 위) “테라스에 나왔어요. 서로 아무런 대화 없이 앉아 있어요.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떤 기분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아요.”(편안한 침묵)

놓치지 않는 다른 감정들도 있다. 여자는 혼자 눈물을 흘린다. 방 한켠에 백열등이 켜져 있고, 고양이가 옆에 앉아 가만히 여자를 쳐다보고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오늘은 그냥 ‘그 어떤 것도 위로가 되지 않는’ 그런 날이다.

애니메이션 전공 대학생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퍼엉’이 네이버의 일러스트레이션 플랫폼 ‘그라폴리오’에 연재 중인 글과 그림을 묶어서 낸 두 번째 책이다. 그라폴리오에선 ‘Love is…’(사랑이란)라는 제목으로 연재돼 누리꾼들이 1천만 회 이상 구독했다. 최근 인기 드라마 <더블유>(W)에 책이 등장하고, 드라마 주인공들이 책의 장면을 따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퍼엉’은 “삶을 살아간다는 게 아주 힘들 때도 울고 싶을 때도 많지만, 이런 생활 속에서도 분명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며 “누구에게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재는 ‘사랑’, 그것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 스치듯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